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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詩

안영선-민란民亂

by 안영선 2012. 7. 29.

 

 

  민란民亂

 

  안영선

  

 

   정류장을 서성이다 지폐 몇 장을 주웠지

 

어느 자선가의 보시일까

저만치 앞서 지폐 다발 뿌려대는 낡은 자의 이면

한 장씩 주워든 지폐에서 스티븐 잡스가 웃고 있었지

십억, 십억, 또 십억

고가의 지폐에 적힌 전화번호가 낯설지 않더군

「휴대폰, 자동차 대출 대환영」

삼십억을 챙겨 안주머니에 넣었어

잡스의 맑은 웃음이 심장을 설레게 하는데

더러는 그 미소에 눌려 풀썩 주저앉기도 하지

휴대폰이 자동차, 아파트로 이름을 바꾸는 동안

누구는 번화한 도심 지하도로 거주지를 옮겼고

누구는 무료 급식소에서 매일 줄을 선다는 소문이 돌았지

주머니 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렸어

생을 다한 낡은 폰이 돈이 될 거라는 생각,

오늘은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운데

집으로 향하는 길모퉁이 저만치 앞서

위폐僞幣가 도로를 점거한 채 민란民亂을 이끌고 있더군

길옆에는 지하도로 향하는 불빛이 환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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