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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詩

안영선-변태

by 안영선 2012. 7. 29.

 

 

변태變態

 

안영선 

 

 

장롱 정리를 하던 아내가 철 지난 옷을 용케 찾는다

좀벌레의 살을 채웠을 손톱만한 올이 빠져 있다

신혼 때 짝 맞춰 입던 옷이란다

마음속에 곱게 재워 둔 청춘이 풀풀한 곰팡이로 피어 허공으로 날아간다

 

현생을 함께 한 치장들 하나씩 허물을 벗는다

겹겹이 쌓인 기억의 고리 잔가지를 쳐내고 나면 허름한 몸뚱이 하나 남는다

먼 후생의 끝에 서면 푸석한 낙엽 속에서 나무뿌리와 뒹굴다

굼벵이 아련한 꿈처럼 수줍은 변태를 꿈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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