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變態
안영선
장롱 정리를 하던 아내가 철 지난 옷을 용케 찾는다
좀벌레의 살을 채웠을 손톱만한 올이 빠져 있다
신혼 때 짝 맞춰 입던 옷이란다
마음속에 곱게 재워 둔 청춘이 풀풀한 곰팡이로 피어 허공으로 날아간다
현생을 함께 한 치장들 하나씩 허물을 벗는다
겹겹이 쌓인 기억의 고리 잔가지를 쳐내고 나면 허름한 몸뚱이 하나 남는다
먼 후생의 끝에 서면 푸석한 낙엽 속에서 나무뿌리와 뒹굴다
굼벵이 아련한 꿈처럼 수줍은 변태를 꿈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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