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1 | 민간인(民間人) | 김종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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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民間人)
김종삼
1947년 봄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전쟁 직전의 고요. 몰래 배를 타고 월남을 하는 사람들. 그 틈에핏덩이가 제 어미 품에 안겨 난생 처음 밤이슬을 맞고 있었을 것이다. 영아는 어딘가 불편하다고 말하고 싶었겠지. 말 못하니 울 수밖에 없었겠지. 들키면 모두 죽은 목숨이었기에 누군가 어미로부터 영아를 빼앗아 바다 속에 집어넣었겠지. 어미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제 손으로 제 입 틀어막았겠지. 다시 그런 일 없기를. 지금 다시 전쟁을 말하는 사람들아! 다시는 어린 아이를, 우리의 미래를 물속에 집어넣지 말자. 어른의 때 묻은 욕망을 위해 어린 아이의 천진을 빼앗진 말자. 시인 김종삼은 황해도 은율 사람, 지금은 송추 울태리 길음 성당묘지에 잠들어 있다.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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