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輪回) / 주영헌
온 몸에 가득 찬 슬픔은
눈물이 아니면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흐르는 것은 잠시 멈춰있거나 어딘가로 다시 흘러가 처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것들
내 어머니가 첫아이를 잃었듯 나도 첫아이를 잃었다
슬픔도 輪回하는가
먼저 진 것들이 가는 곳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의 슬픔이 되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 것인지
타자처럼 진지한 고민은
어느 지점에다 부려 놓아야 하는지
흐르는 것들의 輪回란
그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내 몸을 흐르는 슬픔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다.
슬픔은 말라가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서
강처럼 타지로 흘러가고 있는 것뿐
한 밤 뒤척이다
물소리 흘러넘치지 않게 이불을 고쳐 덮는데
제 달을 못 채운 어린 슬픔이 칭얼거리는 저 쪽
그 보채는 슬픔은 누가 달래 줄 것인지
조용히 방 문 열렸다
다시 닫히는 윤회의 틈
- 계간 『시인시각』 201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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