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37|봄|최승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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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최 승 자
동의하지 않아도 봄에는 산천초목이 되살아나고 내 주여 네 때가 가까왔나이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에게만 봄이 오나? 사십 오 세 기혼남에게도, 삼십 구 세 이혼녀에게도 봄은 온다. 동의도 구하지도 않고, 돈 받으러 찾아오는 세리(稅吏)들처럼. 죽음은 왜 동의도 받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개인의 삶을 제 멋대로 종결짓는가.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처럼,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한 연장 동의안을 통과시킬 수는 없는 걸까. 강변마다 ‘쓰레기들 싱싱하게 자라나’는 이 봄. ‘내 목구멍 속으로/쉴 새 없이 덤프트럭이 들어와/플라스틱과 고철과 때와 땀과 똥을/쿵 하고 부려놓고 가’는 이 봄. 실업자와 월급쟁이와 성실 납세 의무자에게만 찾아오는, 힘겨운 생의 환절기, 이 봄.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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