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44|치약|김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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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
김 륭
오늘은 사랑에 빠졌다는 당신의 달콤한 계단이 되어보기로 한다. 사랑이 밥 먹여 주냐, 욕 대신 꽃을 퍼붓는 배고픈 짐승들의 가래침은 튜브에 담아 무릎 다친 골목의 연고로 사용하기로 한다.
하루에 두세 번, 언론을 통해 그는 늘 우리의 손목을 슬그머니 잡는다. 처음엔 부드럽게 만지고 살짝살짝 누르다가 적당히 빼먹었다 싶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사정없이 눌러대고 짜낸다. 어디 그뿐인가. 쥐어 짜내는 것도 부족해 아예 배를 갈라 구석구석 긁어대며 마지막 한 방울의 고혈까지 뽑아내고야 만다. 그리고 가차 없이 가죽만 남겨진 우리들의 몸을 쓰레기통 속으로 집어 던져 버린다. 나는 지금 치약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입만 열면 구린내가 진동하는 한 장사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치약을!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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