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67|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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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 정 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읽지 않은 책이 읽은 책보다 더 많이 꽂혀 있는 거실의 책꽂이는 사십을 넘긴 피곤한 내 모습이다. 좋게
말하면 익숙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타협적인 사색. 어느 순간, 길 없는 곳엔 발길을 주지 않고 익숙한 길만 고집하는 나. 늦은 밤
책꽂이 앞에서도 읽은 책만 또다시 꺼내드는 권태로운 영혼의 익숙한 손길을 거부하지 못한다. 세계의 닫힌 문을 쉼 없이 두드리던 열정을 두려움과
안락 따위에게 넘겨버린 것이다. 그 많던 패기와 열정은 모두 어디로 가 버렸는가. 얼마 전까지 나는 쓰러진 나의 몸을 파고드는 좌절 앞에서
「삼십 세」의 한 구절을 기도문처럼 읊조리며 살았거늘……. “일어서서 걸으라, 그대의 뼈는 결코 부러지지 않았으니!(잉게보르크 바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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