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65|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박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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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박 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 원을 들고
살면 살아진다고 해서 삶인가. 한없이 여린 시인이 돈 4만 원 들고 찾아가는 영진설비는 세상의 저 먼 끝에 있다. 끝까지 가야만 끝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시는 목적을 갖지 않는다. 시인은 돈으로 술과 향기를 바꿔 제 마음에 주곤 그저 아이의 눈썹을 바라볼 뿐이다. 가난과 결핵을 앓다 죽기 전 처지를 불쌍히 여긴 친구가 건넨 돈 5엔을 들고 1엔어치 목련꽃과 1엔짜리 화병을 샀다는 이시가와 다쿠보쿠(石川啄木.1886~1912)처럼, 매 순간 순간이 세상의 끝이란 걸 알기에 박철은 한 송이 재스민 향기와 한 글라스의 맥주를 제 마음 속에 바치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들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바보 같은 시인들(박철, 박후기, 박성우)만 남아서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던 지난겨울 그 애절한 밤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날이다.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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