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쓰는詩

리플레이-안영선

by 안영선 2016. 1. 14.

 

 

리플레이

   

안영선

   

아이는 울다 잠이 들었다

잠든 아내 볼에 입을 맞춘다

느릿느릿 신발 끈을 묶고 현관을 나섰다

고요한 밤이 제격이다

어둠 속에서 속도는 길을 잃었다

질주하는 것은 본능이다

서글픈 꿈이 본능을 향해 걷고 있다

걸음은 무뎌지고 맥박수가 빨라진다

아내와의 첫 연애를 떠올린다

아내와의 첫 다툼을 떠올린다

아이와의 첫 눈 맞춤을 떠올린다

 

……

……

……

 

잠든 아이의 얼굴을 기억한다

따스한 아내의 볼을 기억한다

배웅하던 녹슨 현관문 소리를 기억한다

 

불빛은 눈이 부시다

경고음에 귀가 따갑다

자동차에서 내린 사내의 욕설이 반갑다

졸리듯 눈이 감겼다

심장도 잠이 들었다

 

희미해진 불빛 속에 당신 꿈이 리플레이 되고 있다

 

 

- [용인문학] 26호, 2015년 하반기호 -

 

'내가쓰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명(透明)을 쫓다-안영선  (0) 2016.06.27
토기를 복원하다-안영선  (0) 2016.01.14
도시의 법칙2-안영선  (0) 2015.06.26
도시의 법칙1-안영선  (0) 2015.06.26
곰팡이꽃 - 안영선  (0) 201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