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몽유도원도 3
- 백수탈출記
어느 공시생*의 일기입니다
아침부터 질척하게 비가 내렸지 조간신문 머리기사 공시생 오십만 시대, 몇 해 전 노량진 고시촌에 거주지를 옮기고 그 무리에 이름을 슬쩍 끼워 넣었어 아버지는 마을회관에 갈 때마다 아들이 공무원이 될 거라며 한껏 자랑을 했지 대학은 사 년만 다니면 되는 줄 알았거든 아버지는 사 년 후 멋지게 출근하는 아들 모습을 상상했겠지 졸업은 오 년, 육 년이 지나도 먼 남의 이야기가 됐지 그사이 학원 수강 시간은 줄어들고 빈자리는 촘촘하게 아르바이트로 채워졌어 공시생 오십만 시대 슬며시 나는 무늬만 공시생이 되어 갔지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고시원으로 돌아오는 길, 주머니에 든 이천 원으로 로또를 샀어
오늘 밤은 도화 향 가득한 꿈속에서 절대 깨지 않을 거야
*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약자
- 2017년 [용인문학] 2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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