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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詩

新몽유도원도 4 - 안영선

by 안영선 2018. 4. 14.

몽유도원도 4

- 인턴탈출

    

 

안영선

 

 

나는 지난 몇 년을 정말 열심히 살았어

 

그 사이 내 이름이 사라졌지 그 사이 꿈도 사라졌어 그 사이 인턴이라는 모호한 이름과 정규직이라는 아득한 꿈이 생겼지 내 아득한 꿈은 그들이 움켜쥔 예리한 창끝이야 창끝에 나는 언제나 안절부절못하거든 뾰족한 끝은 때때로 나를 유린하기도 하고 그들이 잠시 비워 놓은 텅 빈 어둠을 밤새 지키게도 하지

몰랐어 정말 몰랐어 애완견은 충견일 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늘 나를 안아주고 늘 나를 감싸주지만 내 표피에 닿는 그들의 체온은 언제나 시리도록 싸늘했지 아마도 나와는 세포 구조가 다른 종족인가 봐 그들에게 나는 아직도 미생未生이었지 오늘도 졸음에 겨워 눈을 비비다 텅 빈 사무실 책상에 엎어져 모호한 이름으로 잠이 들었어

 

내일 아침, 그들이 도화 향기 그윽한 내 진짜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어

 

 

 

2018[딩아돌하] 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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