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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詩

新몽유도원도 2 - 안영선

by 안영선 2017. 11. 17.

몽유도원도 2

- 화성생존

 

안영선

 

 

큐리오시티*가 전송한 기록입니다

 

도화 향 가득한 무릉 한 자락에서 연신 분홍빛 꽃비가 쏟아집니다 여왕벌에 반한 로봇 벌이 한 통 가득 꿀을 채집합니다 진공 압축한 빵에 꿀을 바르자 불쑥 주먹만큼 부풀어 오릅니다 우주 목장에서 갓 짜낸 염소젖을 숨도 쉬지 않고 벌컥벌컥 마십니다 지구 언덕에서 쫓겨나 플레그라**에 묶인 염소, 매에매에 우는 소리가 경쾌한 슬픔이 됩니다 나는 입가에 묻은 출산의 흔적을 핥으며 지구의 영롱함을 자근자근 탐닉합니다 달을 연인으로 둔 지구의 자전 주기를 손가락으로 세며 즐거워 합니다 인조 공기를 마시며 인공 비를 맞고 우주스럽게 익는 복숭아 그 달콤함을 음미합니다

 

큐리오시티가 지켜보는 한 나는 오늘도 행복한 척할 것입니다

 

 

* 201286일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탐사 로봇

** 화성 북위 30도의 엘리지움 화산지대로부터 북위 50도의 북부 저지대 깊숙이 뻗어 있는 산맥

    



  - 2017년 [용인문학] 2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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