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 김윤배
소래포구에는 잠들지 못하는 바람이 있다
바람은 포구를 잇는 협궤 철로를 넘어
포장마차를 거칠게 흔든다 남루한
하루가 펄럭인다 저 바람 앞에
남루하지 않은 생이 있겠는가
나는 바람 앞에 선다 하루를 살아온
푸수수한 살들 가볍게 펄럭인다
살들은 더는 꿈꾸지 않는다
철새들이 비상을 시작하는 시간,
비상을 꿈꾸지 않는 사람들 서둘러
소주잔 털어넣는다 일몰처럼 붉어지는
가슴들, 서녘 바다를 보며 쓸쓸하다
철새 몇 마리 포구를 선회하여
갯벌을 밟는다 바람이 다시 일어선다
철새의 가느다란 다리가 휘청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 바람의 작은 올에도
걸려 넘어지는 새들의 비상을
나의 메마른 살들 감동 없이 보고 있다
바람이 내 몸에 숭숭 구명을 뚫고
지나간다 펄럭이던 내가 조용해진다
시집 『부론에서 길을 잃다』문학과지성사,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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