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과 지정은 모두 무엇을 '정한다'는 뜻을 갖는다. 그러나 두 말은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구별해 써야 한다. 그렇다면 어던 차이 때문에 이렇게 구분해 쓰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설정'은 새롭게 만들어 정하는 것이고, '지정'은 이미 있는 것에 의미를 주어 정하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그 뜻이 구별된다. 우선 '설정'은 '새로 만들어 정해 둠'을 뜻한다. 상황 설정, 200해리 경제수역 설정, 목표 설정 등이 그 예다. 또 '설정'은 '제한 물권을 새로이 발생시키는 행위'를 뜻하는 법률 용어로도 쓰인다. 담보 설정, 근저당권 설정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와 달리 '지정'은 '가리키어 확실하게 함'을 뜻한다. 지정 좌석, 지정된 날짜 등이 그 예다. 도 '지정'은 '관공서, 학교, 회사, 개인 등에 어떤 특정한 자격을 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정 병원, 문화재 지정, 국가 유공자 지정 등으로 쓰면 된다. 결국 '설정'은 '새로 만들어 정해 둔다'는 의미이고, '지정'은 이미 있는 것을 '가리키어 정하거나 어떤 것에 특정한 자격을 준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구별하면 된다. 상황을 설정하다, 경제수역을 설정하다는 가능하지만 좌석을 설정하다, 날짜를 설정하다, 문화재를 설정하다는 불가능하다. 상황과 경제수역은 없던 것을 정해 생길 수 잇는 것이지만 좌석, 원서 날짜, 병원, 문화재는 없던 것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특별히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성철 chosc1@kfta.or.kr * [한국교육신문]의 <바른말 고운말>을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