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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나들이

의사와 열사

by 안영선 2010. 1. 6.

"형, 역사책을 보니까 안중근, 윤봉길은 의사이고, 유관순은 열사라고 돼 있는데 왜 그래요?", "그것도 모르니. 의사는 무력으로 항거한 사라A이고, 열사는 맨몸으로 항거한 사람이란다. 에헴 나 잘났지.", "아, 그렇구나"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이준 ……. 모두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의로운 분들이다. 그런데 왠지 안중근, 윤봉길 뒤에는 '의사', 이준, 유관순 뒤에는 '열사'를 붙이는 게 버릇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근거 없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의사는 '의로운 지사', 열사는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해 싸운 사람'으로 설명돼 있을 뿐, 무력 항거냐 맨 몸 항거냐를 구분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로는 의사와 열사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안중근 의사로도 안중근 열사로도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의사와 열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굳어진 말로 사용되게 됐을까. 아마도 그건 국가 보훈처의 해석 때문일 것이다. 보훈처에서는 의사를 '적극적인 투쟁 방식으로 침략, 불의의 대상을 응징, 처단한 이들'로, 열사는 '소극적 저항이긴 하나 의분과 충절에서 순국하거나 자결해 떳떳한 의지를 밝힌 이들'로 정리하고 잇다.
그러나 국어 생활의 지침이 되고 있는 표준어국어대사전에서 의사와 열사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둘을 임으로 구분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조성철 chosc1@kfta.or.kr

* [한국교육신문]의 <바른말 고운말>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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