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안영선
햇살이 식은 몸을 힐끔
흘겨보고 지나간다
촉촉한 바람이 굳은 몸을 톡톡
건드려 본다
출입문 앞에서 그렇게 발견되었다
부드러운 살이 깃털 속에 흩어져 있고,
나는 아주 잠시 위로하며
날아가는 영혼의 주저흔*을 본다
벌써 세 구째 유리에 부딪힌
새의 영혼을 수습한다
죽은 새는 자작나무 뒤편으로 던져질 때
잠시 다시 날기도 했다
나는 손바닥에 잠시 머물던
죽음을 탁탁 턴다
새는 현생과 후생의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날갯짓을 퍼덕였을까
새들 중에는 살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것들도 있다
푼푼이 모아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새
갈아엎은 배추밭 고랑에 쓰러져 잠드는 새
낡은 크레인 위에서 툭 자신을 던지는 새
새는
살기 위해 날마다 몸을 던진다
* 주저흔躊躇痕 : 자해로 입은 손상
(계간 <문학의오늘>, 2013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