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25|수인선 철도|이창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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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 철도
이 창 기
그렇게 왔다 가나부다 왜가리 갈대 북서풍과 청둥오리의 2월
떠나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빵과 홀로 남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 같은
그렇게 왔다 가나부다 70년대(年代) 배호 김종삼 그리고 너는
군자, 소래. 발음만 해도 입 안에 소금기가 느껴지는 정겨운 지명들이다. 수원에서 인천을 오가던 수인선 협궤열차가 정차하던 역 이름들이다. 협궤열차, 궁륭은 낮고 열차 폭은 좁아서 흔들릴 때마다 서로의 무릎이 닿곤 하던 장난감 같은 기차. 어차피 산다는 게 살 부비는 일이거늘, 우리는 언제부턴가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창기는 인천 사람, 지금은 용인 지척 이천 장호원에 살고 있다. 지난해 가을, 그와 함께 강화도에 소풍을 간 적이 있다. 전등사 스승의 무덤 앞에서 시를 읽으며 술잔을 주고받던 기억이 손톱 끝 봉숭아물처럼 여태껏 남아있다. 그의 손은 크고 자상했다. 뺨이라도 한 대 맞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왔다 가나부다’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는……. ■ 박후기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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