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안영선
오늘도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요
그런 내가 아내는 걱정인가 봐요
제발
다음 순서를 기다리라 하네요
덜컹덜컹 가파르게 달려온 레일
기계음에 심장이 두근거려요
차단기가 내 앞에서 열리는 순간
오늘도 아내의 문자메시지가 와요
제발
다음 순서를 기다리라 하네요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요
그 곳엔 티켓 한 장이 숨어 있어요
구겨진 하얀 봉투는 빨리 티켓을 쓰라 재촉하네요
수직 낙하를 꿈꾸는 절정의 한 순간
한번쯤 멋진 짜릿함을 만끽하고 싶은데
오늘은 자꾸 아내의 문자메시지가 와요
제발
다음 순서를 기다리라 하네요
손끝으로 전해오는 티켓의 떨림
만지작거리던 손이 자꾸만 미끄러져요
오늘도 못 이기는 척 손을 거두고
종종걸음으로 지하철 속에 숨어들어요
-계간 [시작] 201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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