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쓰는詩

롤러코스터-안영선

by 안영선 2016. 6. 27.



롤러코스터



안영선



오늘도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요
그런 내가 아내는 걱정인가 봐요
제발
다음 순서를 기다리라 하네요
덜컹덜컹 가파르게 달려온 레일
기계음에 심장이 두근거려요
차단기가 내 앞에서 열리는 순간
오늘도 아내의 문자메시지가 와요
제발
다음 순서를 기다리라 하네요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요
그 곳엔 티켓 한 장이 숨어 있어요
구겨진 하얀 봉투는 빨리 티켓을 쓰라 재촉하네요
수직 낙하를 꿈꾸는 절정의 한 순간
한번쯤 멋진 짜릿함을 만끽하고 싶은데
오늘은 자꾸 아내의 문자메시지가 와요
제발
다음 순서를 기다리라 하네요
손끝으로 전해오는 티켓의 떨림
만지작거리던 손이 자꾸만 미끄러져요
오늘도 못 이기는 척 손을 거두고
종종걸음으로 지하철 속에 숨어들어요



-계간 [시작] 2016년 여름호-

'내가쓰는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횟집-안영선  (0) 2016.12.01
가마우지-안영선  (0) 2016.09.29
투명(透明)을 쫓다-안영선  (0) 2016.06.27
토기를 복원하다-안영선  (0) 2016.01.14
리플레이-안영선  (0) 201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