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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詩

목련을 읽는 아침-안영선

by 안영선 2020. 6. 10.

목련을 읽는 아침

 

안영선

 

 

나무의 눈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나무는 싱싱한 눈으로 햇살을 읽는다

싱싱한 햇살이 나무눈에 흥건하다

햇살 속에서 태양의 울림은 투명하게 소거되었다

아침마다 소거된 음이 환하게 부서져 내린다

부서져 내린 소리는 차곡차곡 꽃눈을 만들 것이다

꽃눈이 만든 꽃봉오리가 촛불처럼 타오를 것이다

타오른 꽃이 햇살 위로 뚝뚝 흐를 것이다

 

아침이 목련을 읽고 있다

바람이 나뭇결에 새긴 흔적을 더듬는다

한 계절이 흔적 앞에서 주춤거린다

사월 오후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오늘도 목련은 그날처럼 묵언 중이다

목련이 아침을 읽는다

아침이 목련을 읽는다

 

아침은 묵언 중이고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 2020년 [불교문예]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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