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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散文

안영선-공룡알 화석산지의 미래를 꿈꾸며

by 안영선 2022. 11. 18.

공룡알 화석산지의 미래를 꿈꾸며

-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날의 검

 

 

안영선(시인)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살펴보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서양의 자연관은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보았으며 동양의 자연관은 인간을 자연 일부로 인식하여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에 동화되는 것으로 보았다. 자연을 개척하여 중요한 곳에 건축물을 짓고 인공 정원을 만드는 것이 서양 건축문화의 특징이라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건축물을 짓는 것은 동양 건축문화의 큰 특징이다. 담양의 소쇄원이나 보길도의 세연정, 강진의 백운동 정원이 대표적인 곳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정자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런 자연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면서 서구의 영향으로 개발을 위한 자연 훼손이 심해졌고, 난개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간척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천혜의 보고인 지구의 심장과도 같은 갯벌이 육지로 변하고 있으며, 생태계의 보고인 습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우리가 당면한 현실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귀중한 자연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을 지정했으며, 람사르협회는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체결된 협약으로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곳을 람사르습지로 지정하여 자연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성의 경우, 20217월에 해양수산부가 매향리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람사르습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올해 7월에는 환경부가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와 궁평항과 제부도 등 화성의 8개 지역을 국가지질공원 후보지로 최종 인증하여 2년 후 국가지질공원 인증이 유력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대의 공룡알 화석산지

화성 공룡알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414)는 전남 보성에 있는 비봉리 공룡알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418), 전남 신안에 있는 압해도 수각류 공룡알둥지 화석(천연기념물 제535)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공룡알 화석산지로 불린다.

화성 공룡알 화석산지가 있는 송산면 고정리는 시화호 간척사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바다였고 이곳에는 우음도와 닭섬, 개미섬, 상한염, 중한염, 하한염, 한염, 무명섬 등 여러 개의 섬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시화호 물막이 공사가 끝난 후 물이 빠지면서 고정리 일대는 바다도 갯벌도 아닌 육지의 땅으로 변했다. 그 과정에서 바다와 갯벌 속에 잠겨 있던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알 화석산지가 발견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연 속에 묻혀 있던 자연의 보고를 발견한 셈이다. 1억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의 집단 공룡 서식지인 이곳에서 그동안 30여 개의 공룡알 둥지와 200여 개의 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공룡알 이외에도 줄기에 마디가 있는 늪지 갈대 등의 식물화석과 생물의 흔적이 있는 화석도 대량 발견되었다고 한다.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는 공룡의 서식지일 뿐만 아니라 당시의 환경 및 생태계 연구에 중요한 학술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룡박물관 건립을 기원하며

현재 공룡알 화석산지의 양쪽으로는 거대한 택지와 2026년 건립 예정인 화성 국제테마파크 용지가 조성되어 있다. 만약 시화호 물막이공사 이후 공룡알 화석산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공룡알 화석산지 역시 택지로 개발되어 거대한 주거단지나 산업단지가 조성되지 않았을까?

공룡 화석지로 유명한 고성과 해남, 보성 등에는 상당한 규모의 공룡박물관이 건립되어 있다. 지역의 공룡 관련 화석지를 교육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해마다 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연 유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09년에 문을 연 화성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센터(https://dinopia.hscity.go.kr)를 보면 화성시가 공룡알 화석산지에 대한 가치와 보존에 대한 인식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작은 규모에 미흡한 시설과 엉성한 홈페이지 구성은 오히려 기대감을 저버리게 한다. 화성시민들이 이곳을 방문하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이미 20여 년 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뛰어난 공룡알 화석산지가 뜬금없이 이름 붙여진 누드바위처럼 단순한 야외 사진 촬영장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화성시에서는 2014년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유치하려 노력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이듬해부터 지자체에서 화성 공룡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공룡박물관 착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빨리 공룡박물관 건립을 통해 공룡알 화석산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교육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룡알 화석산지 보존을 위하여

지난 7월 작가 몇 분과 함께 공룡알 화석산지를 탐방했다. 내가 사는 화성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문화해설사의 친절한 도움과 설명으로 공룡알 화석산지를 직접 돌아보며 공룡알 화석에 대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화석산지를 탐방하는 동안 1억 년 전의 시간 속을 여행하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고, 금세라도 알을 깨고 나오는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바다에서 갯벌, 습지에서 다시 육지로 변해가는 화석산지를 바라보면서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되새겨보기도 했다.

풍화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바위와 그 속에 박혀있는 공룡알 화석은 이국적인 풍광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공룡알 화석산지가 발견된 초기, 사람들에 의해 많은 공룡알 화석이 분실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다.

탐방을 통해 느낀 아쉬움은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화석에 대한 걱정이었다. 드넓은 벌판에 그대로 노출된 화석지는 풍화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폭우가 잦아지면서 급속한 풍화나 재해로 귀중한 자연유산이 훼손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일부 유적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누드바위나 해식동굴, 무명섬 같은 유적에는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보존시설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2728, 환경부는 제27차 지질공원위원회를 통해 화성시의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와 궁평항과 제부도 등 8개 지역을 국가지질공원 후보지로 최종 인증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도에서는 2번째, 전국적으로는 14번째의 국가지질공원이 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최종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2년간의 필수 및 이행조건 실행 기간을 거쳐 환경부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지질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환경부장관이 인증하는 공원을 의미한다. 단순히 지질 보존을 넘어 지역 주민과의 상생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지질공원 인증에 앞서 걱정스러운 점은 공룡알 화석산지의 보존 가치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위한 관광객 유치에 더 초점이 맞춰지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공룡알 화석산지 탐방을 마치며 드는 생각은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날의 검 앞에서 화성 주민과 상생하며, 1억 년 전 이 갯벌과 습지의 주인인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웅장한 위용이 우리 후손들에게도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룡알 화석산지의 주인은 현재의 우리가 아니라, 미래의 우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