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공부, 이렇게 합시다
안 영 선
"어머나! 그럼 별들도 결혼을 하니?"
"그럼요, 아가씨."
그리고 나서, 그 결혼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해 주려고 하고 있을 무렵에, 나는 무엇인가 싸늘하고 보드라운 것이 살며시 내 어깨에 눌리는 감촉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아가씨가 졸음에 겨워 무거운 머리를, 리본과 레이스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앙증스럽게 비비대며, 가만히 기대 온 것이었습니다. 아가씨는 훤하게 먼동이 터 올라 별들이 해쓱하게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기대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학창 시절 제 가슴을 울렁이게 했던 알퐁스 도데의 <별>이라는 작품입니다. 제 인생의 한 전환점을 만들어 준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이 지금은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려 있지만 그 당시에는 아마 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언제나 두툽한 뿔테 안경 너머로 스테파네트(별의 여주인공)의 아름다운 모습을 멋들어지게 들려주시던 선생님. 제가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한 계기를 마련해 주신 선생님이지요. 하지만 저에게도 국어 공부는 너무나 어렵고 힘든 대상이었어요. A+ 가족 여러분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영어나 수학에 비해 국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예요. 아무런 노력 없이 좋은 결과만을 기대한다는 것은 마치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무모한 행동일 수 있어요.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도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지요.
" 선생님, 국어는 공부를 하나 안 하나 성적이 항상 비슷해요."
" 시험 전날 국어 공부만 했는데 성적이 안 올라요. "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왜 그럴까요? 정말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일까요? 좀 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은 없을까요?
공부는 독서처럼……
"공부는 독서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학생들 중에는 독서를 취미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꽤 있지요. 좋은 책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책 속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사실 국어 교과서만큼 좋은 글이 많이 실려 있는 책도 드물 거예요. 우리가 좋은 책을 읽고 그 줄거리를 친구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또 독서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밑줄을 긋게 되는데 그것 자체가 하나의 공부일 수 있어요. 여러분도 국어교과서를 교재가 아닌 독서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양한 내용의 책을 골라 폭넓은 독서 생활을 했으면 해요. 비록 즉시 나타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국어 교육의 목표인 언어 사고력 신장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국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독서를 많이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단원의 길잡이와 마무리 학습에 최선을……
국어는 각 단원마다 길잡이 학습이 있어요. 그 단원에서 꼭 배워야 할 필수 학습 요소만 모아 정리한 부분이죠. 기초 공사가 잘 되야 튼튼하고 좋은 건물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길잡이 학습이 잘 되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시험 문제도 이 길잡이 학습에서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고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3학년 교과서에 "소설의 시점"이라는 단원이 있어요. 이 단원에서는 시점과 관련된 내용만 잘 이해하면 되지요. 그런데 우리는 소설과 관련된 단원이 나올 때마다 소설의 정의에서부터 특성, 구성 요소 및 방법, 배경의 구실, 주제 표출, 시점 등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공부하다 보니 국어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결국은 국어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길잡이 학습 못지 않게 강조하는 것이 학습 활동과 단원의 마무리 학습이지요. 길잡이 학습이 준비라면 마무리 학습은 공부한 내용에 대한 정리라고 할 수 있어요. 공부한 내용을 스스로 정리해 보는 것, 바로 성적 향상의 지름길이 아닐까요?
노트 정리는 기본……
가끔 학교에서 노트 검사를 하다보면 국어 노트 없는 학생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다른 과목의 노트들은 잘 정리되어 있는데……. 저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많은 학생들이 판서하는 내용이나 설명하는 내용을 모두 책에다가 정리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사실 노트에 정리할 내용과 책에 정리할 내용은 구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를 않더군요. 필수 학습 요소에 대한 정리는 노트를 이용하고 교과서 지문에 대한 구절 풀이나 문단의 중심 내용 파악은 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노트 정리가 잘 된 학생일수록 수업 태도가 바르고 학습 의욕이나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상식이겠지요. 혹시 여러분 중에 국어 노트가 없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곧 준비해 보지 않겠습니까? 수업 시간에 충실할 수 있는 비법이 바로 노트에 숨겨져 있답니다.
문제의 의도 파악이 열쇠……
학교에서 정규고사나 성취도 평가 등의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이럴 경우 시험 감독을 하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또한 정답을 확인하는 풀이 시간을 갖다 보면 주관식 문제를 정확하게 읽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자주 발견하게 되지요.
국어 시험지는 다른 교과에 비해 지문이 많아 출제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학생들이 문제 푸는 모습을 보게 되면 대부분이 지문을 먼저 읽고 문제를 봅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를 보고 또 지문을 읽는 경우가 많아요. 이럴 경우 문제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어 지문을 읽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겠지요. 주관식도 주어진 조건을 맞추지 않아 틀리는 경우가 많아요. 시험을 잘 보는 비결, 문제의 의도 파악이 열쇠가 아닐까요?
'내가쓰는散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에 생명의 숨결을 넣는 쉼 없는 작업_이원오 시인 『시간의 유배』 (0) | 2019.10.18 |
---|---|
그리움과 서정으로 자연과 교감하다_이경철 시인의 『그리움 베리에이션』 (0) | 2019.10.18 |
신갈저수지에 대한 단상-안영선 (0) | 2017.07.29 |
약천 남구만 선생을 기리는 문화축제를 위하여 (0) | 2010.01.06 |
돌탑 쌓기 (0) | 2009.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