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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散文

약천 남구만 선생을 기리는 문화축제를 위하여

by 안영선 2010. 1. 6.

약천 남구만 선생을 기리는 문화축제를 위하여

 


 

  안 영 선(용인문학 편집주간)

 

 

  약천 남구만 문화축제 방안을 마련하며

 

  용인에는 유난히 걸출한 인물들이 많다. 정몽주를 비롯하여 민영환, 오달제, 조광조, 유형원, 남구만 등 많은 분들이 용인과 연고를 맺고 있다. 많은 지역들이 그 지역의 유수한 인물을 발굴하여 문화제를 개최하는데 비해 용인은 상업적인 축제에 밀려 정몽주 선생을 기리는 ‘포은문화제’만이 문화축제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용인문학회에서는 용인시 모현면 갈담리(파담)에 연고를 두고, 생애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용인과 함께 한 약천 남구만의 문학적 삶을 조명하고 이를 지역 문화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약천 남구만을 기리는 문화 행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약천 선생이 일 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한 동해시에서는 선생을 기리는 문화축제로 ‘전국시조경창대회’가 마련되었고, 홍성에서는 구산마을(거북이 마을)에 약천초당을 건립하여 시조체험마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육 개월 간 유배된 남해군에서도 약천 선생을 위한 유배거리를 조성하고 추가로 유배문학관 건립 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에 용인문학회는 약천 남구만을 기리는 문화축제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용인을 중심으로 한 문화 유적을 통해 선생의 문학적 재능과 용인과의 연고성을 부각시켜 ‘약천문학상’ 제정 및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여 용인의 새로운 문화축제로서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약천 남구만 문화축제 조성을 위한 방안

 

  용인의 대표적인 인물인 약천 남구만의 역사적 삶과 문학적 삶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보고, 시조 한 편으로만 대표되었던 약천 선생의 문학적 가치를 한시와 한역시로 확대하여 작품이 갖는 문학사적 의의를 정립하기 위한 문화축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용인은 예로부터 많은 인물이 나온 곳으로 유명하지만 지역축제 자체가 이러한 인물들에 대한 선양의 의미를 지닌 것이 없고, 주로 정치 홍보적인 축제나 상업적인 축제만이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특히 문화 예술적인 측면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열악한 것이 현 실정임을 감안해 볼 때 약천 남구만 문화축제의 조성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약천 남구만 문화축제는 용인시를 넘어 동해시와 남해군, 홍성군을 연결하여 전국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문화벨트로서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축제가 지역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함은 물론, 전통문화의 발굴을 통한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이끌어 내어 정체성을 확립하는데도 크게 일조할 것이라 생각한다.


  역사적 인물을 주제로 하는 지역문화축제는 지역 가치의 창출과 연계 관광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이미 남구만이라는 인물은 국민 모두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며, 초등학생들조차도 대표 작품인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정도는 외우고 다닐 정도가 되었다. 약천 남구만 문화축제의 궁극적 목표는 용인시의 문화적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축제를 통해 마련된 남구만 선생의 이미지 효과는 용인 지역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공식행사로 약천문학제를 제안한다. 이는 약천 남구만 선생의 문학사적 위치를 높이고,  인물에 대한 이미지 창출을 통해 지역 문학의 활성화와 지역 주민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켜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약천문학제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성인들을 위한 ‘약천문학상’ 제정,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천글짓기대회’, ‘약천문학 심포지엄’과 ‘약천문학 서예전’, 비파담 별묘를 공간으로 활용한 ‘시조 체험마당’, 약천 선생의 묘소와 문학비, 별묘 등을 연결하는 ‘약천문학기행’ 등을 마련한다면 새로운 테마 문학벨트가 형성될 것이다.

  용인에는 허균, 박목월, 김영랑, 이태준, 전혜린 등 위대한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혼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약천문학제를 통해 이러한 작고 문인들의 묘소를 묘소가 아닌, 문학 유적으로 발굴 조성하고, 약천 별묘와 비파담 일대에 약천문학관을 건립하여 문학공원으로 조성한다면 용인은 명실상부한 한국 문학의 메카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단체가 참여하는 약천문학제 추진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용인시와 용인예총, 용인민예총, 용인문화원, 경기문화재단, 의령 남씨 종중 등이 함께 위원회를 구성하여 행사를 추진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약천 남구만 문화축제 효과

 

  문화는 정신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문화의 힘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문화의 시대이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들을 보면 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높은 나라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삶의 만족도는 그 나라의 문화적 마인드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약천문학제는 용인 시민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이미지를 창출하여 정체성을 높이는 좋은 행사가 될 것이며, 이러한 정체성은 지역에 대한 애향심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화축제가 용인시의 다양한 행사와 연계하여 이루어진다면 외부 관광객 유치에 대한 효과도 함께 창출할 수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연례적인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 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임은 물론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 즉 용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논의를 마치며

 

  지역축제는 그 지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문화 전승의 축이다. 지역의 전통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축제를 마련할 수 없다. 해마다 많은 수의 축제가 새로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마인드를 통해 현실의 행복한 삶과 미래의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축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약천 남구만이라는 좋은 인물을 가진 용인은 행복한 도시이다. 그의 작품 속에 흐르는 민족적 정서와 비파담에서의 소박한 삶의 모습을 국민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남긴 문학 작품의 힘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남구만 선생 개인의 정치적, 역사적 삶보다는 그의 문학적 삶이다. 모든 국민의 애송시가 된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의 창작지가 논란을 일으키게 만든 것 자체도 우리의 잘못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 년 간 유배지였던 동해시나 6개월 간 유배지였던 남해, 어린 시절에 잠시 머물렀던 홍성에서는 남구만 선생을 기리는 많은 행사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작 20여년의 긴 시간을 함께 한 용인에서는 선생을 기리는 행사 하나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논의를 통해 용인하면 약천 남구만 선생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용인시에 당부의 말을 전한다.   

  용인시는 경기도에서도 자립도가 매우 높은 지자체이다. 그러나 높은 경제적 자립도에 비해 문화적 자립도는 별로 높지 않다. 이는 문화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이 다른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문화 정책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미래 지향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을 불러 공연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지역의 전통 문화를 이끌어 내고, 전승 발전시키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정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