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장이 섰는데 먹거리가 풍성하더군."
"그래, 그렇게 먹을거리가 많던가?"
언제부터인가 먹거리가 먹을거리와 동일한 낱말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먹거리는 먹을거리의 잘못이다.
사실 이 먹거리는 예전부터 쓰여온 말로 1984년 조선일보에 따르면 먹을거리의 준말로 전라도에서 주로 쓰던 말이다. 또 그 이전인 1982년 발간된 민중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먹거리가 먹을거리의 경상·전라 방언으로 올라 있다.
결국 먹거리는 먹을거리의 방언으로 시작된 말로 당시 전남 장흥 출신 작가들의 문학 작품에서 그 증거들이 보인다.
'이바지 짐을 여섯 짐이나 털어 노면 먹거리 홍수가 날 판인디…'(송기숙의 <녹두장군>에서)나 '갯것 해다가 먹거리를 만들어 대면서…'(한승원의 <해일>에서)가 그 예다. 기존의 여러 사전에서도 먹거리는 먹을거리와 동일어로 올라 있다.
그러나 방언인 먹거리가 표준어인 먹을거리를 몰아내고 표준어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방언이 널리 쓰여 표준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먹을거리라는 좋은 말이 이미 있는데 먹거리를 채택할 필요는 없겠다. 이에 따라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먹거리를 먹을거리의 잘못으로 표기돼 있다.
또 먹거리는 동사 어간과 명사가 직접 합쳐져 이루어진 말로 볼 수 있는데, 현대국어에서 이 같은 조어법은 없다. 먹이의 '-이'처럼 용언의 어간에 붙는 것도 있지만 '-거리'는 명사에만 붙는다.
'거리'는 음식을 만드는 재료나 어떤 일의 대상이나 소재를 가리키는 말로 보통 접미사나 의존 명사로 취급된다. 접미사로 쓰인 예로는 반찬거리, 국거리, 걱정거리 따위가 있다.
또 의존 명사로 쓰인 예로는 '그 문제는 논의할 거리가 못 된다.'와 같은 형태를 들 수 있다. 의존 명사의 경우 앞에 오는 동사는 동명사의 형태를 갖는다. 즉 동사의 어간만 오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먹거리'로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먹거리가 널리 전파돼 표준어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먹을거리만 표준어이다.
조성철chosc1@kfta.or.kr
* [한국교육신문]의 <바른말 고운말>을 옮김
우리말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