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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나들이

충돌과 추돌

by 안영선 2010. 1. 6.

"아이고 죽겠네. 주말에 공원으로 놀러 가는 길에 마주 오는 차랑 추돌 사고가 났지 뭔가"
"정말인가. 나도 며칠 전에 달리던 앞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충돌했지 뭔가. 그 때 내 뒤에 오는 차들도 줄줄이 충돌하는 사고가 났지"
위 예문처럼 사람들은 충돌과 추돌을 거의 같은 뜻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두 말은 그저 (서로) 부딪쳤을 때 같은 뜻으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사전을 살펴보면 이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면저 충돌은 '서로 맞 부딪치거나 맞섬'을 뜻한다.
'자동차가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했다/친구끼리 의견이 다르면서 마침내 충돌을 일으켰다'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추돌은 '자동차나 기차 따위가 뒤에서 들이받음'을 뜻한다. 여기서 주의할 내용은 바로 '뒤에서'라는 제약 조건이다. 즉 자동차, 기차, 오토바이 등 교통 수단이 뒤에서 앞의 교통 수단을 들이받았을 때 '추돌'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다.
'급정차한 버스 때문에 뒤에 오던 차들이 연속해서 추돌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우회전하던 차가 직진하던 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로 써야 하는 것이다.
뉴스 앵커들의 사건 사고 뉴스를 잘 듣다보면 이런 차이에 신경 쓰는 모습이 보인다. '고속도로에서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마주 오던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갑자기 뛰어든 노루에 놀라 정지한 자동차 때문에 5중 추돌 사고가…'라며 충돌과 추돌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맨 처음 예문도 각각 '마주 오는 차량 충돌…'과 '줄줄이 추돌하는…'으로 고쳐 써야 한다.
조성철 chosc1@kfta.or.kr


* [한국교육신문]의 <바른말 고운말>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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