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인 가름, 갈음, 가늠은 글자와 발음이 비슷해 뜻까지 혼동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각각의 뜻을 잘 이해하면 금세 구별할 수 있는 말이다.
먼저 가름은 '따로따로 나눔', '사물이나 상황을 구별하거나 분별하는 일'을 뜻한다. 그것은 셋으로 가름이 좋겠다. 이기고 지는 일은 투지에서 가름이 났다 등이 예다. 또 가름은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갈라놓는 일'을 뜻할 때도 쓰인다. '철수와 영희는 서로의 다툼에 대해 선생님의 가름을 받기로 했다.'처럼 말이다.
갈음은 동사의 갈-다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으ㅁ'이 붙어서 생성된 말로서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함'이란 뜻을 갖는다. 그 용례로는 '꽃병의 물갈음법을 설명하세요' 또는 '나는 갈음옷이 넉넉하지 않아요' 등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낱말은 사용 빈도가 낮다. 우리가 보통 쓰는 것은 갈음 뒤에 -하다가 결합된 갈음하다라는 동사다. 이 말은 '대신하다, 바꾸다, 대체하다' 등의 뜻을 갖는다. 용례로는 이것으로 치사를 갈음합니다. 책상을 모두 새 것으로 갈음해 주겠소. 그 역할을 도저히 다른 사람으로 갈음할 수가 없어요 등이 있다.
한편 가늠은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려 봄, 또는 헤아려 보는 목표나 기준'을 뜻한다. '떡 반죽도 가늠을 알맞게 해야 송편을 빗기가 좋다'가 그 용례다. 더 쉽게 이해하려면 총기에 만들어져 있는 가늠쇠, 가늠자, 가늠구멍을 생각하면 된다. 또 가늠은 '일이 되어 가는 모양이나 형편을 살펴서 얻은 짐작'을 나타내기도 한다. '막연한 가늠으로 사업을 할 수는 없다'가 일례다. 이 가늠도 뒤에 '-하다'가 붙어 새로운 낱말 가늠하다를 만든다. 가늠하다의 용례는 앞날을 가늠할 수가 없다. 밥을 할 때는 물을 잘 가늠해야 한다. 이 싸움은 승패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등이다.
조성철 chosc1@kfta.or.kr
* [한국교육신문]의 <바른말 고운말>을 옮김
우리말나들이